고양이 복막염, 정식 명칭은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FIP)인 이 병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합니다. 

 

고양이 보호자님들, 그리고 수의사인 저조차도 이 질환을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고양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어떤 병인지, 왜 발생하는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발 중이라는 고양이 복막염 신약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1. 고양이 복막염이란? 

고양이 복막염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에 의해 발생합니다.

여기서 "변이" 라는 말이 중요한데요,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는 고양이들에게 흔합니다. 면역이 갖춰진 건강한 성묘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를 접해도 멀쩡하거나 장염을 앓고 곧 회복되는데요. 

 

 

 

 

하지만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알수 없는 이유로' 변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변이되면 복막염 바이러스가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변이되는지, 어떻게 변이를 막을 수 있는지, 등등 알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더 답답한데요. 

 

걸리면 그저 '운이 없었다' 라고밖에 할 수 없는 병인 것입니다 ㅠㅠ 

 

 

 

유일하게 밝혀진 것 중 하나는, 3마리 이상 많은 고양이를 키울 때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많아질수록 바이러스가 변이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복막염 환자가 생존했다면,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양이 복막염은 사망율이 100%에 가깝습니다. 

 

 

 

2. 고양이 복막염 증상 

복막염의 증상은 비특이적입니다. 비특이적이라는 것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다는 뜻입니다. 기운이 없고, 열이 나고, 밥을 잘 먹지 않고, 황달 등의 증상들입니다. 

 

 

고양이 복막염은 크게 습식(wet type)과 건식(dry type)으로 나뉘는데요,

 

습식 복막염의 경우 말 그대로 몸에 물이 차게 됩니다. 흉수나 복수가 차서 배가 많이 부르게 되고, 심하면 호흡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습식은 아무래도 체강에 물이 차기 때문에 특징적으로 알아채기가 쉽지만, 진행이 매우 빨라서 대부분 2달 이내에 사망합니다. 

 

건식 복막염의 경우 습식과 같이 체내에 물이 차는 증상이 없으며, 특징적인 증상은 안과 질환이나 신경증상입니다. 건식의 경우에는 잘 관리하면 2년까지도 생존하지만, 역시 결국에는 사망하게 됩니다. 

 

 

대부분 병원에 내원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외형적으로는 단기간에 살이 많이 빠졌고, 털이 푸석푸석하고, 몸은 말랐는데 배만 나온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3. 고양이 복막염 진단 

고양이 복막염을 진단하는 단 하나의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다른 전염병처럼 키트검사로 진단하기도 힘든데요, 왜냐하면 키트로 '코로나 바이러스' 를 진단한다고 해도 이게 변이바이러스인지 아닌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변이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복막염과 상관이 없습니다)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다른 가능한 질환들을 배제하고, 초음파 검사로 복수와 복막염을 확인하는 등 종합적인 검사가 필요하구요, 가장 복막염에 대한 의심을 강화하는 것은 바로 낮은 A/G 비입니다.

 

A/G비란, 혈액 내 단백질인 알부민과 글로불린의 비인데요, 이 비가 낮을수록 (0.4이하) 복막염을 강하게 의심합니다. 

 

 

 

4. 고양이 복막염 예방 방법 

원인을 알 수 없다보니, 뚜렷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어야 변이 바이러스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원천차단할 수 있다면 전염성 복막염도 예방할 수 있겠죠.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적 없는 고양이의 경우, 다른 고양이를 만나지 않게 하고 외출을 금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시는 집사님은 고양이끼리 서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화장실을 따로 쓰시고, 화장실 청소도 자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바이러스는 개체간 많이 왔다갔다 할수록 잘 변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엘라이신 (L-lysine)이라는 영양소는 어린 아이들의 면역력과 바이러스 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복막염을 직접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ㅠㅠ) 

 

 

 

 

 

5. 고양이 복막염 치료와 개발중인 신약 

고양이 복막염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대증처치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법인데요, 거의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수액이나 영양관으로 영양 보충을 해줄 수 있습니다. 또 복수나 흉수가 너무 심해 호흡을 힘들어하는 경우, 흉수나 복수를 빼 주는 처치를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치들이 병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죠. 

 

최근 고양이 복막염 신약(GS-441524, GC376)이 연구되고 있어 화제입니다. 실제로 암거래를 통해 약을 구해 놓으시는 보호자와 고양이도 만나 보았습니다.

 

 

 

저도 해당 논문들을 읽어보았고, 성공적인 치료 사례도 직접 들었습니다. 주사의 통증이 어마어마하게 심했고, 주사 후 대부분의 고양이들의 간수치가 많이 뛰는 부작용을 보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에 정확히 명시된 것은, 모든 반려동물의 침습적 진료행위는 수의사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즉 집에서 자가진료로 주사를 놓는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고양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뿐이고,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하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고양이 보호자님이 불법과 합법을 따질 경황이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병원에서는 임상 허가가 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해 치료해 드릴 수 없는 노릇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빨리 임상실험이 완료되어 정식으로 약이 유통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적인 모니터링 하에 통증과 간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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