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부해서 남주는 수의학입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오래 키우시던 분이라면, 가끔 우리 아이들이 구토하는 걸 한번쯤 보셨을 것 같아요. 

구토는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증상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구토를 한다면, 원인은 무엇일까요?

또 얼마나 구토를 하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요? 

 

 

1. 구토란? 

첫 번째로, 구토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소화 장기 내부에는 여러 가지 자극을 느끼는 감각 수용체들이 있는데요,

여기에 물리적인 자극 / 화학적인 자극 / 삼투압 자극 등이 가해지면 뇌로 전달되어 

"구토" 라는 반사 행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흔히 생각하는 위, 소장, 대장과 같은 장 외에도 

췌장, 담낭(쓸개), 복막, 비뇨생식기에도 이러한 수용체들이 있습니다. 

 

또한 신경계의 자극 (특히, 전정 기관) 에 의해서도 구토할 수 있는데요, 

전정계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바로 어지럼증에 의한 구토입니다. 쉽게 말해 멀미죠. 

 

 

2. 구토의 증상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나 고양이들도 구토를 하기 전에 "구토하고 싶은 기분,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 을 느끼는데요, 

오심(nausea)이라고 하죠? 

속이 울렁거릴 때 강아지들은 주로 침울해지고, 몸을 떨기도 하고,

혓바닥을 낼름거리거나 침을 자꾸 삼키는 행동을 합니다. 

 

구토를 할 때는 욱, 욱 하고 몇 번 구역질(gagging)을 하다가 왈칵 구토물을 쏟아내게 됩니다. 

구토 내용물은 노란 거품/흰 거품/녹색 거품/최근에 먹은 음식물 등으로 다양하며, 가끔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위 내용물을 토해내지 않더라도, 침을 많이 흘리거나 구역질만 하는 증상도 구토에 준합니다. 

 

가끔 먹자마자 1분 이내에 금방 먹은 것을 다시 게워내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는 구토와는 조금 다른 증상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저희 수의사들은 역류(regurgitation)이라고 부릅니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묘사하실 때,

소화가 된 사료를 토했는지, 방금 먹은 사료를 바로 토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거나 

구토물의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보여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구토하는 모습 자체를 동영상으로 찍어 오시면 베스트! 

 

 

3. 구토의 원인은? 

3-1 식이 부작용 

구토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식이 부작용입니다. 

식이 부작용에는 밥을 급하게 먹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또 위를 자극할 수 있는 딱딱한 음식, 거친 음식, 질긴 과일 껍질 등도 구토를 잘 일으키는 편입니다. 

혹은 정말 먹어서는 안 되는 독성 물질 (세제, 포도, 초콜릿 등) 을 먹었을 때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식이 불내성이라고 해서, 어떤 원료에 알러지가 있거나 갑자기 사료가 바뀌었을 때도 구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2 약물 

위장관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일부 약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몇몇 진통제, 스테로이드 등은 위벽을 자극하여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병원에서 위장관계 부작용을 흔히 일으키는 약을 처방할 때는 위장관 보호제를 같이 처방하게 되며, 

때에 따라 식후에 먹이라는 복약지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3-3 감염성 

파보바이러스 장염, 코로나바이러스 장염, 이외 각종 균(살모넬라, 헬리코박터, 캠필로박터 등) 감염에 의한 구토입니다. 

 

3-4 이물

먹어서는 안 되는 이물 (간식봉투, 장난감, 과일의 씨앗, 양말, 솜인형 등등...)을 먹어 위내를 자극하거나, 

위장관계의 폐색(obstruction)을 일으킬 경우 구토를 하게 됩니다. 

이물에 의한 구토일 경우 전형적으로 급성의 심한 구토와 함께, 식욕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3-5 신경계 문제 

차 등의 탈것에 타지 않았는데도 계속해서 어지럼증을 느끼고, 중심잡기와 똑바로 걷기를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정계 질병(vestibular disease)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3-5 기타 

위장관계에 기생하는 기생충에 의해, 납/아연/곰팡이 독소에 의해, 집에 키우는 화초의 독성에 의해, 

과민반응(anaphylaxis), 열사병(heat stroke) 등에 의해 구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경우 대표적으로 헤어볼에 의한 구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인을 다 나열하려고 하니 너무 많은데요, 

이처럼 구토를 유발하는 원인이 너무나도 다양해서 아무런 정보 없이 

"우리 아이가 토했는데요, 왜 이런거죠?" 라고 물어보시면 바로 대답해 드리기가 힘듭니다 ㅠㅠ 

 

 

4. 구토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사람도 구토나 설사 등의 위장관 장애가 심하면 한 끼 정도 거르거나 소화가 쉬운 죽을 먹지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비슷합니다.

구토가 심하지 않다면 하루 정도는 끼니를 거르시고, 이후 소량의 물부터 먹여봅니다. 

물을 먹고 구토를 하지 않는다면 사료를 주시되,

소화하기 쉬운 부드러운 사료를 조금씩 먹이고 점차 늘려 나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에 먹던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 주시거나, 

동물병원에서 처방해 준 구토 전용 처방식 캔을 먹이시는 것도 좋아요. 

 

단, 구토가 심한 경우에는 탈수, 전해질 불균형, 오연성 폐렴 등의 기타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은데요, 

 

"심한 구토" 의 기준은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저는 이 정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 24시간 이내에 구토를 3회 이상 연달아서 했을 때 (급성 구토) 

2) 간헐적인 구토가 3일 이상 지속될 때 (만성 구토) 

3) 구토 이후 식욕절폐(밥과 좋아하던 간식 등에 식욕이 없는 것)를 보일 때 

4) 평소와 달리 기력이 많이 떨어질 때 

5) 몸을 많이 떨거나, 배를 만지면 아파하거나, 배아픈 자세 (엉덩이를 들고, 앞다리는 바닥에 대고, 목을 뻗는 절하는 자세) 를 보일 때 

6) 구토 외에도 설사 등의 소화기 장애를 함께 보일 때 

 

탈수, 전해질 불균형은 심한 경우 쇼크와 사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체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물병원에 오시면 경증일 경우 위장관 보호제, 항구토제 증의 주사/약물치료로 대증치료를 받고 지켜볼 수도 있구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의심된다면 이를 교정하기 위한 수액 요법이 실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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